"수요일, 간지와 시" / 26년 3월 4일, 정축(丁丑)일
「 일상의 가운데,
간지에 담긴 하루의 기운을
시의 언어로 바라보는 수요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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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축일(丁丑日) 입니다.
봄이 찾아오는 절기
경칩을 하루 앞둔 날이기도 합니다.
정화(丁火)는 작은 불입니다.
크게 타오르기보다
조용히 곁을 덥혀주는 불입니다.
축토(丑土)는 겨울의 땅입니다.
차갑고 단단하지만
그 안에는 봄을 준비하는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정축일은
차가운 땅 위에 작은 온기가 놓인 날처럼
조용한 온기를 떠올리게 하는 하루입니다.
누군가를 압도하는 힘이 아니라
조용히 나누는 따뜻함 같은 것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정화의 온기를 축토에게 주는 것처럼
한 사람의 존재를 떠올리게 하는
시 한 편을 나눠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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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가졌는가
- 함석헌 -
만리 길 나서는 날
처자(妻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 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라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시집 '수평선 넘어'(1953년,삼협문화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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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단 한 사람만 있어도
마음이 든든해지는 관계.
여러분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