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이 있는 수요일
9월 9일 · 병술(丙戌日)일
「 일상의 가운데,
간지에 담긴 하루의 기운을
시와 문장, 생각의 언어로 바라보는 수요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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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병술(丙戌)일입니다.
하늘에 병화, 땅에 술토,
환하게 떠 있던 해가
마른 땅 위로 천천히 내려앉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 병화는 하늘에 뜬 해입니다.
같은 불이라도
정화는 등불이나 촛불처럼
가까이서 오래 타는 불이고,
병화는 하늘에 뜬 해와 같습니다.
멀리 있는데도 온 세상을 데우고,
누가 보든 안 보든 그냥 떠 있습니다.
감추는 법이 없죠.
그래서 병화 일간이거나 병화가 필요한 사람은
숨기지 않고 먼저 말하는 편입니다.
속에 담아두면 답답해서 견디지 못하기도 합니다.
■ 그런데 오늘 그 해가 앉은 자리가 술토입니다
술토는 가을이 끝나갈 무렵의 마른 땅입니다.
거둘 것을 다 거두고 난 뒤의 흙이라 겉보기에는 비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땅 속에는 정화가 들어 있어요.
명리에서 술토를 불의 창고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겉은 서늘해도 안쪽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흙인 거죠.
해가 이런 땅 위에 앉으면
바깥으로 뻗던 기운이 안으로 모입니다.
꺼지는 게 아니라 거두어들이는 쪽이죠.
그래서 오늘은 매듭짓기에 어울리는 날 같습니다.
하던 일을 마무리할 때
탄력이 더 잘 붙을 수 있겠죠.
■ 오늘 함께 보는 문장
시끄러운 가운데 서늘한 눈 하나를 두면
수많은 괴로운 생각을 덜 수 있고
쓸쓸한 자리에 따뜻한 마음 하나를 두면
수많은 참된 맛을 얻는다
熱閙中,着一冷眼,便省許多苦心思
冷落處,存一熱心,便得許多真趣味
열뇨중 착일냉안 편생허다고심사
냉락처 존일열심 편득허다진취미
— 채근담 후집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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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세상 일에 휩쓸리지 말라는 문장입니다.
이 말이 열기를 끄라는 뜻은 아닐 것 같습니다.
시끄러운 자리를 벗어나라는 것도 아니고요.
뜨거움 한가운데 그대로 있으면서
눈 하나만 서늘하게 두라는 말로 읽혀집니다.
술토도 불을 끄는 흙은 아닙니다.
안에 정화를 품은 채 겉만 서늘한 흙이니까요.
그래서 병술일과 겹쳐 읽히기도 합니다.
■ 해는 저물 때가 가장 붉습니다.
하루 종일 비추고 나서야 그 빛이 나옵니다.
그래서 저무는 석양은 쓸쓸하듯 아름답습니다.
말하지 못하고 넘어간 게 있다면
참은 게 아니라
갈무리한 걸로 넘겨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도
당신의 온기가 아름답게 갈무리 되어지기를 바랍니다.
— 낭만 에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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