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이 있는 수요일
9월 30일 · 정미(丁未日)일
「 일상의 가운데,
간지에 담긴 하루의 기운을
시와 문장, 생각의 언어로 바라보는 수요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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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에 만나는 낭만에세이입니다.
오늘은 정미(丁未)일입니다.
하늘에 정화, 땅에 미토.
작은 등불 하나가 따뜻하게 데워진 흙 위에 놓인 모양새죠.
■ 정화는 가까이서 오래 타는 불이죠.
같은 불이라도 병화가 하늘에 뜬 해라면,
정화는 방 안을 밝히는 등불이나 촛불에 가깝습니다.
멀리까지 비추지는 못해도 곁에 있는 사람의 얼굴은 또렷하게 보여줍니다.
그래서 정화 일간의 분들은
여럿 앞에 나서기보다 한 사람을 오래 챙기는 편이기도 합니다.
■ 그 등불 아래 미토가 있습니다.
미토는 한여름 끝의 마른 흙입니다.
뜨거운 볕을 오래 받아 온기가 속까지 배어 있습니다.
명리에서는 이 흙 속에 정화의 기운이 또 숨어 있다고 봅니다.
불이 흙을 데우고, 데워진 흙이 다시 불을 받쳐주는 기운이니
오늘의 온기는 쉽게 꺼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밤이 길어지면 작은 불이 반가워집니다.
추분이 지나니 밤이 낮보다 길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명리에서 가을은 불의 기운이 잦아드는 계절로 봅니다.
그래서 해가 짧아질수록
작은 불빛 하나가 더 반갑고 귀해지죠.
■ 오늘 함께 보는 문장
가을 들어 오래 내린 비가 개고
새로 든 서늘함이 들녘에 스민다
이제 등불을 조금씩 가까이할 만하니
책을 펼쳤다 덮었다 할 만하다
時秋積雨霽 新涼入郊墟
燈火稍可親 簡編可卷舒
시추적우제 신량입교허
등화초가친 간편가권서
— 한유, 「부독서성남(符讀書城南)」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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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화가친(燈火可親)」이라는 말이 이 시에서 나왔습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할 때 늘 따라붙는 말이죠.
그런데 원문에는 한 글자가 더 있습니다.
조금 초(稍). 이제 등불을 조금씩 가까이할 만하다는 뜻이에요.
사자성어가 되면서 이 한 글자가 빠졌습니다.
이 시는 816년 가을,
한유가 성 남쪽 별장에서 글을 읽던 아들에게 보낸 것입니다.
공부를 당부하는 긴 시인데,
이 네 줄만큼은 날씨 이야기로 말을 열어
한결 부드럽게 느껴져서 소개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마음가짐을 경계한 문장입니다.
마음이 곧 하늘이니 생각 하나가 날씨를 만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 등불과 조금씩 가까워지는 밤
이 가을에
곁에 두고 오래 켜두는 정화를 떠올리니
작은 등 하나 켜두고,
읽다 만 책을 몇 장 넘겨보는 여유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한낮의 열기를 품어 밤까지 따뜻한 흙,
미토 위에 켠 불빛이라
오늘 하루의 온기는 오래 이어질 것 같습니다.
정화의 따뜻한 불빛이 느껴지는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 낭만 에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