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태어날 때 성(性)과 명(命)이 마땅히 부귀할 자는 처음에 자연의 기운을 받아, 길러져 자라면 부귀의 명이 드러난다. 문왕은 붉은 참새를 얻었고, 무왕은 흰 물고기와 붉은 까마귀를 얻었다. 유자들은 이를 논하여, 참새는 곧 문왕이 명을 받은 것이고, 물고기와 까마귀는 곧 무왕이 명을 받은 것이며, 문왕과 무왕은 하늘에서 명을 받았는데 하늘이 참새와 물고기·까마귀로써 명을 준 것이라 한다. 하늘이 붉은 참새로 문왕에게 명하였으나 문왕이 받지 않자, 하늘이 다시 물고기와 까마귀로 무왕에게 명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본디 하늘에서 받은 명은 없으나, 자기를 닦고 선을 행하여 선행이 하늘에 들리면 하늘이 이에 제왕의 명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참새와 물고기·까마귀는 하늘이 왕이 되게 하는 명이고, 왕이 받들어 주벌을 행하는 근거라는 것이다. 실상대로 논하면 [이는] 명이 아니다. 명이란 처음 받아 얻어서 태어나는 것을 이른다. 사람이 태어나 성을 받으면 곧 명도 받는다. 성과 명은 함께 받아 같은 때에 아울러 얻는 것이지, 먼저 성을 받고 뒤에 명을 받는 것이 아니다. 무엇으로 이를 밝히는가? 기(棄)는 요(堯)를 섬겨 사마(司馬)가 되어 직관(稷官)에 있었으므로 후직(后稷)이 되었다. 증손 공류(公劉)는 태(邰)에 살다가 뒤에 빈(豳)으로 옮겨 살았다. 후손 고공단보(古公亶父)의 세 아들은 태백(太伯)·중옹(仲雍)·계력(季歷)이고, 계력이 문왕 창(昌)을 낳았다. 창이 강보에 싸여 있을 때 성스러운 상서가 나타났다. 그러므로 고공이 말하기를 「우리 대에 마땅히 흥할 자가 있을 것이니, 그것은 창에게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에 태백이 이를 알고 사양하여 오(吳)로 가서 몸에 문신하고 머리를 잘라 왕계(王季)에게 양보하였다. 문왕이 명을 받았다는 것은 이때를 이르니, 하늘의 명이 사람에게 본디 있었고 태왕(太王) 고공이 그것을 일찍 본 것이다. 이것도 오히려 [이른 것이] 아니니, 문왕은 어머니 몸속에 있을 때 이미 명을 받았다. 왕자(王者)는 한번 명을 받으면 안으로는 성이 되고 밖으로는 몸이 된다. 몸이란 얼굴·광대뼈와 골법으로, 태어나면서 받는 것이다.
녹질(祿秩) 백 석 이상의 관리로부터 왕후(王侯) 이하, 낭장(郎將)·대부(大夫)에서 원사(元士)에 이르기까지, 밖으로는 자사(刺史)·태수(太守)에 미치기까지 녹질에 있는 관리는 부귀의 명을 받아 태어나면서 얼굴에 드러난 표지가 있다. 그러므로 허부와 고포자경이 번번이 그 징험을 보았다. 벼슬하는 자는 품계에 따라 옮겨 가는데, 옮겨 가는 사람 가운데 혹 공경에 이르는 자는 명과 녹이 존귀하여 지위와 명망이 높고 크다. 왕자는 존귀함의 으뜸이고 높고 큼의 최고이니, 태어나면서 높고 큰 명이 있어 그때 몸에 존귀한 기이함이 있었으므로, 고공이 이를 안 것은 젖이 넷인 괴이함을 보았기 때문이다. 무릇 젖이 넷인 것은 성인의 증표이다. 어머니 몸속에서 하늘의 성스러운 명을 받은 것이지, 어찌 자란 뒤에 도덕을 닦고 행하자 젖 넷이 비로소 생겼겠는가? 젖 넷으로 망양(望羊)을 논하면, 역시 태(胎)였을 때 이미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유온이 큰 못에서 쉬다가 꿈에 신과 만나 마침내 고조를 낳았으니, 이때 이미 명을 받은 것이다. 광무는 제양궁에서 태어났는데, 한밤중에 불이 없는데도 방 안이 환하였다. 군하졸(軍下卒) 소영이 공조사(公曹史) 충란에게 말하기를 「이것은 길한 일이니 말을 많이 하지 마라.」라고 하였다. 이때 이미 명을 받은 것이다. 유독 문왕과 무왕만 붉은 참새와 물고기·까마귀를 얻고서야 명을 받았다고 하는 것은 그릇되다. 하늘이 한 번 명하면 왕자가 이에 흥하는 것이지, 다시 거듭 명하지 않는다. 부귀의 큰 명을 얻으면 스스로 일어나 왕이 된다. 무엇으로 이를 증명하는가? 부잣집 늙은이는 재산이 천금을 쌓는다. 태어나면서 부자의 뼈가 있어 생업을 다스리고 재화를 쌓아 늙음에 이르러 부옹(富翁)이 된다. 무릇 왕자는 천하의 늙은이[翁]이니, 받은 명이 몸속에 정해져 있는 것은 새가 알 껍질 속에서 암수가 갈라지는 것과 같다. 알 껍질이 품어지면 암수가 생기고, 날과 달이 차면 뼈마디가 강해지며, 강해지면 수컷이 스스로 암컷을 거느린다. 수컷은 나서 자란 뒤에 혹 누가 가르쳐 수컷이 되게 한 뒤에야 감히 암컷을 거느리는 것이 아니라, 이는 기질과 성품이 굳세고 강하여 스스로 그렇게 하는 것이다. 무릇 왕자는 천하의 수컷이니, 그 명이 마땅히 왕이 될 것이다. 왕의 명이 잉태할 때 정해지는 것은 부귀한 뼈가 생기고 새의 수컷이 알에서 이루어지는 것과 같다. 사람과 새만이 아니라 만물이 다 그러하다. 풀과 나무는 열매와 씨에서 나서 땅을 뚫고 나와 싹이 되고, 점점 줄기와 잎이 나서 길고 짧고 크고 가는 것이 되는데, 모두 열매와 씨에 [그 바탕이] 있다. 왕자는 길고 큼의 최고이다. 주초(朱草)의 줄기는 바늘 같고 자지(紫芝)의 싹은 콩 같으나 자라서 상서가 된다. 왕자가 기운을 받아 태어나는 것도 이와 같다.
어떤 이가 말하였다. 「왕자는 태어날 때 천명을 받지만, 장차 왕이 되려 할 때 하늘이 다시 명하니, 이는 공경 이하가 조서로 봉하고 제수받은 뒤에야 감히 자리에 나아가는 것과 같다. 붉은 참새와 물고기·까마귀는 상천(上天)이 봉하고 제수하는 명이다. 천도와 인사에는 서로 명하고 부리는 뜻이 있다. [반박하여 말하기를] 자연하고 무위함이 하늘의 도이다. 문왕에게 붉은 참새로, 무왕에게 흰 물고기로 명하였다면 이는 유위(有爲)이다. 관중(管仲)과 포숙(鮑叔)이 재물을 나눌 때 [관중이] 많이 가졌는데, 포숙은 주지 않았고 관중은 요구하지 않았다. 안으로 서로 알아주는 것이 있어 저를 나처럼 보았으므로 가지는 데 의심하지 않았다.
성인이 일어나 왕이 되는 것은 관중이 재물을 가진 것과 같다. 벗 사이의 저와 나에게는 주고받는 뜻이 없는데, 상천은 자연인데도 명하고 부리는 징험이 있다고 한다면, 이는 천도는 유위이고 벗 사이는 자연이라는 것이 된다. 한고조가 큰 뱀을 베었을 때 누가 베게 하였는가? 어찌 천도가 먼저 이르러 [명한] 뒤에야 감히 벤 것이겠는가! 용기가 떨쳐 일어난 것은 본성이 저절로 그러한 것이니, 큰 뱀을 베고 진(秦)을 치고 항우를 죽인 것은 같은 하나의 실상이다. 주(周)의 문왕·무왕이 명을 받아 은(殷)을 친 것도 같은 뜻이다. 고조는 명을 받아 부림을 받지 않았다고 하면서 유독 문왕·무왕만 참새와 물고기의 명을 받았다고 하는 것은 그릇되다.」 [이를] 논란하여 말한다. 『강왕지고(康王之誥)』에 이르기를 「[문왕의 덕이] 널리 상제(上帝)에게 들리니, 상제가 아름답게 여겨 하늘이 이에 문왕에게 크게 명하였다.」라고 하였다. 만약 명이 없다면 사관의 경전이 어찌하여 하늘이 이에 문왕에게 크게 명하였다고 말하였겠는가?
이른바 대명(大命)이란 하늘이 이에 문왕에게 명하였다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움직이고 행하는 것이 하늘이 명하는 뜻이어서 하늘과 합치하니 마치 하늘이 그렇게 시킨 것 같다는 것이다. 『서(書)』는 바야흐로 강숙(康叔)을 격려하고 권하여 힘써 선을 행하게 하려 하였으므로, 문왕이 도를 행하여 위로 하늘에 들리니 하늘이 이에 그에게 크게 명하였다고 말한 것이다. 『시(詩)』에 이르기를 「이에 서쪽을 돌아보시니, 이곳이 내가 헤아린 곳이로다.」라고 하였으니 이와 같은 뜻이다. 하늘은 머리와 얼굴이 없는데 돌아본다는 것이 어찌 된 것인가? 사람에게는 돌아보고 흘겨보는 것이 있으니, 사람으로써 하늘을 본뜨면 일이 쉽게 보이므로 돌아본다고 한 것이다. 하늘이 이에 문왕에게 크게 명하였다는 것은 돌아본다는 뜻이니, 실은 하늘의 명이다. 무엇으로 이를 증명하는가? 무릇 대인은 천지와 그 덕을 합하고, 일월과 그 밝음을 합하며, 사시와 그 차례를 합하고, 귀신과 그 길흉을 합하여, 하늘보다 앞서도 하늘이 어기지 않고, 하늘보다 뒤에 하여도 하늘의 때를 받든다. 만약 반드시 하늘의 명이 있어야 그에 따라 일을 한다면, 어찌 하늘보다 앞서고 하늘보다 뒤에 할 수 있겠는가? 천명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마음에서 발하므로 하늘보다 앞서고 뒤에 하는 부지런함이 있는 것이다. 하늘의 때에 합한다고 말하였으므로 [하늘이] 어기지 않고 하늘을 받든다는 글이 있는 것이다.
『논어(論語)』에 이르기를 「크도다, 요(堯)의 임금 됨이여! 오직 하늘이 크거늘 오직 요가 그것을 본받았다.」라고 하였다. 왕자가 하늘을 본받는 것은 [하늘이] 어기지 않고 하늘을 받든다는 뜻이다. 자연의 본성을 미루어 하늘과 합치한다. 이것이 이른바 문왕에게 크게 명하였다는 것이니, 문왕의 뜻에서 나와 문왕이 스스로 한 것이지, 하늘이 붉은 참새를 몰아 문왕에게 알리게 하여 마땅히 왕이 될 것이라 말하자 이에 감히 일어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문왕의 붉은 참새와 무왕의 흰 물고기는 하늘이 창성함을 명하고 도운 것이 아니다. 길한 사람이 일을 일으키면 이롭지 않은 것이 없다. 사람들이 부르지 않아도 이르고 상서로운 물건이 부르지 않아도 오며, 은연히 어울려 맞아서 마치 누가 시킨 것 같으니, 문을 나서면 길한[吉] 말을 듣고 돌아보면 좋은 것을 보는 것은 자연의 도이다. 문왕이 마땅히 흥할 때 붉은 참새가 마침 왔고, 물고기가 뛰고 까마귀가 날 때 무왕이 우연히 보았으니, 하늘이 참새를 이르게 하고 흰 물고기를 오게 한 것이 아니라, 길한 물건이 움직이고 날 때 성인이 마주친 것이다. 흰 물고기가 왕의 배에 들어온 것에 대하여 왕양(王陽)이 말하기를 「우연히 마침 그런 것이다.」라고 하였다. 광록대부(光祿大夫) 유곤(劉琨)이 전에 홍농태수(弘農太守)였을 때 범이 강을 건넜다. 광무황제가 말하기를 「우연히 마침 저절로 그런 것이지 누가 시킨 것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왕양이 '마침'이라 말하고 광무가 '우연'이라 말한 것은 자연에 합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