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만물은 스스로 체질(體質)을 가지고 있고, 성인은 [그] 부류를 본떠서 그 이름을 지었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이름으로 체(體)를 정한다”고 한다. 이름이 없는 것은 천지의 시작이요, 이름이 있는 것은 만물의 어미이다. 그 공(功)으로 말미암아 쓰임에 관여하므로 칭호를 세운다. 『예기(禮記)』에 이르기를 “자식이 태어나 석 달이 되면 웃게 하고 이름을 짓는다”고 하였다.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에는 본래 이름이 없다. 오행은 만물의 앞이 되고 형체와 쓰임을 조화(造化)에 힘입으니, 어찌 먼저 그 이름을 세운 뒤에 그 체용(體用)을 밝히지 않겠는가. 『춘추원명포(春秋元命苞)』에 이르기를 “목(木)은 촉(觸)이니, 땅을 뚫고 나온다”고 하였다. 허신(許愼)은 이르기를 “목은 모(冒)이니, 땅을 뒤집어쓰고 나옴을 말한다. 글자는 철(屮)을 따르고 아래는 그 뿌리를 본뜬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 때는 봄이다. 『예기』에 이르기를 “춘(春)이라는 말은 준(蠢)이니, 만물을 낳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 자리는 동방에 있다. 『시자(尸子)』에 이르기를 “동(東)은 동(動)이니, 진(震)의 기운이므로 움직인다”고 하였다. 『백호통(白虎通)』에 이르기를 “화(火)라는 말은 화(化)이니, 양기가 일을 맡아 만물이 변화한다”고 하였다. 허신은 “화는 염상(炎上)이다. 그 글자는 불꽃이 위로 오르는 것이니, 형상을 본뜬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 때는 여름이다. 『상서대전(尚書大傳)』에 이르기를 “무엇을 하(夏)라고 하는가. 하는 가(假)이니, 가라는 것은 바야흐로 만물을 불러 기르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석명(釋名)』에 이르기를 “하가(夏假)라는 것은 만물을 너그럽게 풀어 주어 나고 자라게 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 자리는 남방이다. 『상서대전』에 이르기를 “남(南)은 임(任)이니, 만물이 바야흐로 맡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원명포』에 이르기를 “토(土)라는 말은 토(吐)이니, 기(氣)의 정(精)을 머금고 토하여 만물을 낳는다”고 하였다. 허신은 “토는 토하여 낳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왕숙(王肅)은 “토는 땅의 별호(別號)이니, 이로써 오행을 삼았다”고 하였다. 허신은 이르기를 “그 글자는 이(二)로 땅의 아래와 땅의 가운데를 본뜨고, 한 곧은 획으로 만물이 처음 땅에서 나오는 것을 본떴다”고 하였다. 그 때는 계하(季夏)이다. 계(季)는 늙음이니, 만물이 여기서 성취되어 바야흐로 늙는다. 사시(四時)의 끝에서 왕성하므로 늙음이라 한다. 그 자리는 안[內]에 처한다. 내(內)는 통(通)이다. 『예두위의(禮斗威儀)』에 이르기를 “황극(皇極)의 바른 기운을 얻고 황중(黃中)의 덕을 머금어 능히 만물을 감쌀 수 있다”고 하였다. 허신은 이르기를 “금(金)은 금(禁)이니, 음기가 처음 일어나 만물이 금지되는 것이다. 토는 금에서 나므로 글자는 토(土)를 따르고, 좌우의 점은 금이 흙 속에 있는 형상을 본뜬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 때는 가을이다. 『예기』에 이르기를 “추(秋)라는 말은 수(愁)이니, 때에 맞추어 근심하게 하여 살피고 의(義)를 지키게 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시자』에 이르기를 “추는 숙(肅)이니, 만물이 엄숙하고 공경하며 공손하고 장중하지 않음이 없으니 예(禮)의 주인이다”라고 하였다. 『설문(說文)』에 이르기를 “천지가 만물을 되돌리는 것이 가을이다”라고 하였다. 그 자리는 서방이다. 『상서대전』에 이르기를 “서(西)는 선(鮮)이니, 선은 신(訊)이요, 신은 비로소 들어가는 모양이다”라고 하였다. 『석명』·『광아(廣雅)』·『백호통』에서 모두 이르기를 “수(水)는 준(準)이니, 만물을 평평하게 고른다”고 하였다. 『원명포』에 이르기를 “수라는 말은 연(演)이니, 음이 화하여 축축이 적시고 흘러 베풀어 잠겨 간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글자를 세울 때 두 사람[人]이 교차하고 하나[一]가 가운데로 나온 것을 수(水)로 하였다. 일(一)은 수의 시작이다. 두 사람은 남녀에 비유하니, 음양이 교합하여 일을 일으킨다. 수는 오행의 시작이요, 원기(元氣)가 모인 진액이다. 『관자(管子)』에 이르기를 “수는
땅의 혈기(血氣)이니 근육과 맥이 통하여 흐르는 것과 같으므로 수라고 한다”고 하였다. 허신은 이르기를 “그 글자는 샘물이 나란히 흐르는 것을 본떴고, 가운데에 미약한 양의 기운이 있다”고 하였다. 그 때는 겨울이다. 『시자』에 이르기를 “동(冬)은 종(終)이니, 만물이 여기에 이르러 마치고 갈무리된다”고 하였다. 『예기』에 이르기를 “동이라는 말은 중(中)이니, 중은 장(藏)이다”라고 하였다. 그 자리는 북방이다. 『시자』에 이르기를 “북(北)은 복(伏)이니, 만물이 겨울에 이르러 모두 엎드려 귀천이 한결같다”고 하였다. 오행의 때와 방위이므로 나누어 풀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