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 천지가 있은 뒤에 만물이 생긴다. 천지 사이에 가득 찬 것은 오직 만물이므로 둔괘(屯卦)로 받았다. 둔이란 가득 참이고, 둔이란 사물이 처음 생겨남이다. 사물이 생겨나면 반드시 어리므로 몽괘(蒙卦)로 받았다. 몽이란 어림이니 사물이 어린 것이다. 사물이 어리면 기르지 않을 수 없으므로 수괘(需卦)로 받았다. 수란 먹고 마시는 도이다. 먹고 마시면 반드시 다툼이 있으므로 송괘(訟卦)로 받았다. 다투면 반드시 무리가 일어나므로 사괘(師卦)로 받았다. 사란 무리이다.
무리는 반드시 친하게 붙는 바가 있으므로 비괘(比卦)로 받았다. 비란 친하게 붙음이다. 친하게 붙으면 반드시 쌓이는 바가 있으므로 소축괘(小畜卦)로 받았다. 사물이 쌓인 뒤에 예가 있으므로 이괘(履卦)로 받았다. 예를 실천하여 태평한 뒤에 편안하므로 태괘(泰卦)로 받았다. 태란 통함이다. 사물은 끝내 통할 수만은 없으므로 비괘(否卦)로 받았다. 사물은 끝내 막힐 수만은 없으므로 동인괘(同人卦)로 받았다. 남과 함께하는 자에게는 사물이 반드시 돌아오므로 대유괘(大有卦)로 받았다. 큰 것을 가진 자는 가득 차서는 안 되므로 겸괘(謙卦)로 받았다.
큰 것을 가지고도 겸손할 수 있으면 반드시 즐거우므로 예괘(豫卦)로 받았다. 즐거우면 반드시 따름이 있으므로 수괘(隨卦)로 받았다. 기쁨으로 남을 따르는 자는 반드시 일이 있으므로 고괘(蠱卦)로 받았다. 고란 일이다. 일이 있은 뒤에 커질 수 있으므로 임괘(臨卦)로 받았다. 임이란 큼이다. 사물이 커진 뒤에 볼 만하므로 관괘(觀卦)로 받았다. 볼 만한 뒤에 합하는 바가 있으므로 서합괘(噬嗑卦)로 받았다. 합(嗑)이란 합함이다. 사물은 구차하게 합하기만 할 수 없으므로 비괘(賁卦)로 받았다. 비(賁)란 꾸밈이다.
꾸밈을 다한 뒤에 형통하면 다하게 되므로 박괘(剝卦)로 받았다. 박이란 깎음이다. 사물은 끝내 다할 수만은 없으니, 깎임이 위에서 다하면 아래로 돌아오므로 복괘(復卦)로 받았다. 돌아오면 망령되지 않으므로 무망괘(无妄卦)로 받았다. 무망이 있은 뒤에 쌓을 수 있으므로 대축괘(大畜卦)로 받았다. 사물이 쌓인 뒤에 기를 수 있으므로 이괘(頤卦)로 받았다. 이란 기름이다. 기르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으므로 대과괘(大過卦)로 받았다. 사물은 끝내 지나칠 수만은 없으므로 감괘(坎卦)로 받았다. 감이란 빠짐이다.
빠지면 반드시 붙는 바가 있으므로 이괘(離卦)로 받았다. 이란 붙음이다. [하편] 천지가 있은 뒤에 만물이 있고, 만물이 있은 뒤에 남녀가 있으며, 남녀가 있은 뒤에 부부가 있고, 부부가 있은 뒤에 부자가 있으며, 부자가 있은 뒤에 군신이 있고, 군신이 있은 뒤에 상하가 있으며, 상하가 있은 뒤에 예의가 놓일 바가 있다. 부부의 도는 오래가지 않을 수 없으므로 항괘(恆卦)로 받았다. 항이란 오래감이다. 사물은 오래도록 제자리에 머물 수 없으므로 돈괘(遯卦)로 받았다. 돈이란 물러남이다.
사물은 끝내 물러날 수만은 없으므로 대장괘(大壯卦)로 받았다. 사물은 끝내 장성할 수만은 없으므로 진괘(晉卦)로 받았다. 진이란 나아감이다. 나아가면 반드시 다치는 바가 있으므로 명이괘(明夷卦)로 받았다. 이(夷)란 다침이다. 밖에서 다친 자는 반드시 그 집으로 돌아오므로 가인괘(家人卦)로 받았다. 집안의 도가 궁하면 반드시 어긋나므로 규괘(睽卦)로 받았다. 규란 어긋남이다. 어긋나면 반드시 어려움이 있으므로 건괘(蹇卦)로 받았다. 건이란 어려움이다. 사물은 끝내 어려울 수만은 없으므로 해괘(解卦)로 받았다. 해란 느슨해짐이다.
느슨해지면 반드시 잃는 바가 있으므로 손괘(損卦)로 받았다. 덜어 냄이 그치지 않으면 반드시 더하게 되므로 익괘(益卦)로 받았다. 더함이 그치지 않으면 반드시 터지므로 쾌괘(夬卦)로 받았다. 쾌란 터짐[決]이다. 터지면 반드시 만나는 바가 있으므로 구괘(姤卦)로 받았다. 구란 만남이다. 사물이 서로 만난 뒤에 모이므로 췌괘(萃卦)로 받았다. 췌란 모임이다. 모여서 위로 올라가는 것을 승(升)이라 하므로 승괘(升卦)로 받았다. 오름이 그치지 않으면 반드시 곤궁해지므로 곤괘(困卦)로 받았다. 위에서 곤궁한 자는 반드시 아래로 돌아오므로 정괘(井卦)로 받았다.
우물의 도는 고치지 않을 수 없으므로 혁괘(革卦)로 받았다. 사물을 바꾸는 것으로는 솥만 한 것이 없으므로 정괘(鼎卦)로 받았다. 기물을 주관하는 것으로는 장자만 한 이가 없으므로 진괘(震卦)로 받았다. 진이란 움직임이다. 사물은 끝내 움직일 수만은 없어 그치게 하므로 간괘(艮卦)로 받았다. 간이란 그침이다. 사물은 끝내 그칠 수만은 없으므로 점괘(漸卦)로 받았다. 점이란 나아감이다. 나아가면 반드시 돌아갈 바가 있으므로 귀매괘(歸妹卦)로 받았다. 그 돌아갈 바를 얻은 자는 반드시 커지므로 풍괘(豐卦)로 받았다. 풍이란 큼이다.
큼을 다한 자는 반드시 그 거처를 잃으므로 여괘(旅卦)로 받았다. 나그네가 되어 용납될 곳이 없으므로 손괘(巽卦)로 받았다. 손이란 들어감이다. 들어간 뒤에 기뻐하므로 태괘(兌卦)로 받았다. 태란 기쁨이다. 기뻐한 뒤에 흩어지므로 환괘(渙卦)로 받았다. 환이란 떠나 흩어짐이다. 사물은 끝내 흩어질 수만은 없으므로 절괘(節卦)로 받았다. 절제하여 믿게 되므로 중부괘(中孚卦)로 받았다. 그 믿음이 있는 자는 반드시 그것을 행하므로 소과괘(小過卦)로 받았다. 사물에 지나침이 있는 자는 반드시 건너므로 기제괘(既濟卦)로 받았다. 사물은 다할 수 없으므로 미제괘(未濟卦)로 받아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