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 사이는 하나의 기(氣)일 뿐이다. 오직 동(動)과 정(靜)이 있어 마침내 음양으로 나뉜다. 노(老)와 소(少)가 있어 마침내 사상(四象)으로 나뉜다. 노(老)는 동·정이 극에 이른 때이니 이것이 태양(太陽)·태음(太陰)이고, 소(少)는 처음 동하고 처음 정하는 즈음이니 이것이 소음(少陰)·소양(少陽)이다. 이 사상(四象)이 있어 오행이 그 가운데 갖추어진다. 수(水)는 태음(太陰)이고, 화(火)는 태양(太陽)이며, 목(木)은 소양(少陽)이고, 금(金)은 소음(少陰)이며, 토(土)는 음양 노소(老少)와 목·화·금·수의 충기(沖氣)가 맺힌 것이다. 이 오행이 있는데 어찌하여 또 10간(干) 12지(支)가 있는가? 대개 음양이 있어 이로 인해 오행이 생기고, 오행 가운데 각각 음양이 있다. 곧 목(木)으로 논하면 갑(甲)·을(乙)은 목(木)의 음양이다. 갑(甲)은 을(乙)의 기(氣)이고, 을(乙)은 갑(甲)의 질(質)이다. 하늘에서 생기(生氣)가 되어 만물에 유행하는 것이 갑(甲)이고, 땅에서 만물이 되어 이 생기(生氣)를 받드는 것이 을(乙)이다. 또 세분하면, 생기(生氣)가 흩어져 퍼지는 것은 갑(甲)의 갑(甲)이고, 생기(生氣)가 엉겨 이루어진 것은 갑(甲)의 을(乙)이며, 만목(萬木)이 가지와 잎을 갖게 되는 까닭은 을(乙)의 갑(甲)이고, 만목(萬木)의 가지가지 잎잎은 을(乙)의 을(乙)이다. 바야흐로 갑(甲)일 때 을(乙)의 기(氣)가 이미 갖추어져 있고, 을(乙)에 이르러서는 갑(甲)의 질(質)이 비로소 굳어진다. 이 갑(甲)·을(乙)이 있어 목(木)의 음양이 갖추어진다. 어찌하여 다시 인(寅)·묘(卯)가 있는가? 이는 또 갑(甲)·을(乙)과 더불어 음양과 천지를 나누어 말한 것이다. 갑(甲)·을(乙)로 음양을 나누면 갑(甲)은 양이고 을(乙)은 음이니, 목(木)이 하늘에서 운행하며 음양이 된 것이다. 인(寅)·묘(卯)로 음양을 나누면 인(寅)은 양이고 묘(卯)는 음이니, 목(木)이 땅에 존재하며 음양이 된 것이다. 갑을인묘(甲乙寅卯)로 통틀어 음양을 나누면 갑(甲)·을(乙)은 양이고 인(寅)·묘(卯)는 음이니, 목(木)이 하늘에서 상(象)을 이루고 땅에서 형(形)을 이룬 것이다. 갑(甲)·을(乙)은 하늘에서 운행하고 인(寅)·묘(卯)가 그것을 받으며, 인(寅)·묘(卯)는 땅에 존재하고 갑(甲)·을(乙)이 거기에 베푼다. 그러므로 갑(甲)·을(乙)은 관장(官長)과 같고 인(寅)·묘(卯)는 관할 지방과 같다. 갑(甲)은 인(寅)에 녹(祿)하고 을(乙)은 묘(卯)에 녹(祿)하니, 부(府)의 관원이 군(郡)에 있고 현(縣)의 관원이 읍(邑)에 있는 것과 같아 각각 한 달의 영(令)을 맡는다. 갑(甲)·을(乙)은 하늘에 있으므로 움직여 머물지 않는다. 인(寅)을 세우는 달[建寅之月]이 어찌 반드시 갑(甲)에 해당하겠으며, 묘(卯)를 세우는 달이 어찌 반드시 을(乙)에 해당하겠는가? 인(寅)·묘(卯)는 땅에 있으므로 머물러 옮기지 않는다. 갑(甲)이 비록 번갈아 바뀌어도 달은 반드시 인(寅)을 세우고, 을(乙)이 비록 번갈아 바뀌어도 달은 반드시 묘(卯)를 세운다. 기(氣)로 논하면 갑(甲)이 을(乙)보다 왕하고, 질(質)로 논하면 을(乙)이 갑(甲)보다 단단하다. 그런데 속서(俗書)의 그릇된 논의는 갑(甲)을 큰 숲으로 여겨 무성하니 베어야 마땅하다 하고, 을(乙)을 작은 싹으로 여겨 연약하니 상하게 하지 말라 하니, 음양의 이치를 모르는 자라 할 만하다. 목(木)으로 유추하면 나머지도 알 수 있다. 오직 토(土)는 목·화·금·수의 충기(沖氣)이므로 사시(四時)에 기왕(寄旺)하나, 음양·기질의 이치는 역시 이와 같이 논한다. 명(命)을 배우고자 하는 자는 반드시 먼저 간지(干支)의 설을 알아야 그 뒤에 입문할 수 있다.